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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역대 최대’ 멕시코 선거, 또 피범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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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11 126

[세계는 지금] ‘역대 최대’ 멕시코 선거, 또 피범벅
선거 앞두고 정치인 90여 명 피살

위협 무릅쓰고 소수자 다수 출마
여당, 의석 잃었으나 과반은 유지

지난 6일의 멕시코 중간선거에서 여당 연합이 의석을 다수 잃었음에도 연방하원 과반을 유지했다. 멕시코 국가선거관리위원회(INE)가 표본 개표를 통해 예측한 신속 개표 결과에서 여당 국가재건운동(MORENA)은 하원 190∼203석을 가져갈 것으로 전망됐다. 여권 연합 정당인 노동자당, 녹색당의 의석을 합치면 265∼292석으로, 하원 전체 의석 500석의 절반을 넘기게 된다.

기존 여당의 의석은 254석으로 단독 과반이며, 연합 정당 의석은 개헌도 가능할 정도로 많았다. 여당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하원 의석 상당수가 야권에 넘어가 국정 동력이 다소 약해질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연방 하원의원과 주지사, 시장, 지방의원 등 2만 개가 넘는 자리를 뽑으며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리는 이번 선거는 2018년 12월 취임한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 임기 6년의 중간평가로 여겨지고 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선거 이튿날인 7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이번 선거에 대해 “개혁안에 뜻을 함께하는 정당들이 하원 다수를 점해가고 있어 매우 감사하다”며 이번 선거가 유례없이 공정하고 깨끗한 선거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도 여느 중남미 국가들의 선거처럼 출마 선언을 한 정치인들이 대거 살해되면서 피에 얼룩진 점은 다르지 않았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번 후보 등록 이후 선거 전까지 정치인 90명 이상이 살해된 것으로 집계됐다.

●목숨 건 출마… 현직 고위공직자도 피살 = 치안 문제가 심각한 멕시코에서 마약 카르텔이나 부패 범죄조직에 의한 살해는 드문 일이 아니다. 관료, 정치인, 언론인 등 사회적 영향력이 큰 계층도 이들의 흉악범죄 위협을 피하기 어렵다.

지난달 24일 시날로아주(州) 경찰국장이 범죄조직의 총격에 살해당한 것도 일례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 2018년의 경우, 총선거 출마 후보 중 1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그야말로 선거에 출마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범죄조직들은 자신들의 이권 사업에 비협조적이거나 경쟁 조직과 협력하는 부패 정치인들을 주로 살해한다. 이를 막기 위해 멕시코 정부는 유화책, 강경진압 등 갖은 수를 써 봤지만 모두 실패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멕시코 정부와 여당은 정치인 살해 대응에 미온적이다. 이번 선거에 미국에서 마약사범으로 지명수배 중인 인물이 여당 후보로 당당히 출마했을 정도다.

그러나 시민사회는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일부 출마자는 정치인 살해의 심각성을 표현하기 위해 관 속에서 선거운동을 벌이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출마 후 살해당한 가족을 대신해 그 유지를 잇기 위해 급박하게 선거에 출마했다가 당선되는 사례도 나왔다.


▲(사진=신화/뉴시스) 2021년 6월 6일 멕시코 에카테펙의 중간선거 투표소에서 한 여성이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 

●범죄 위협 속 소수자 후보들 대거 출마 = 이번 선거의 또 다른 특이한 점은 후보자를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가 빈발하는 가운데에서도 성 소수자(LGBT) 후보자들이 100명 이상 출마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는 것이다. 역대 최대 선거인 만큼 등록된 후보자도 6000여 명에 달하기에 그 중 성소수자 117명은 규모 대비 미미한 숫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 단체들과 활동가들, 사회 분석가들은 고무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처럼 많은 LGBT 출마가 이뤄진 것은 멕시코 선거 당국이 각 정당에 이들에 대한 ‘긍정적인 포용 노력’을 보이기 위해 후보 공천에 소수자 포함을 강제한 까닭이다. 성적 소수자들이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숨기고 살다가 역사상 처음으로 정치 경력에 도전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변화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여러 해 동안 성전환자 권익 운동에 종사해온 활동가 로셸 테라노바는 이번에 성적 소수자들의 권리와 요구를 널리 알리기 위해 하원의원에 출마하기로 하고, 거리 유세와 집집 마다 방문하는 선거운동을 펴고 있다. 멕시코 역사상 성적 소수자의 하원의원 도전은 처음이다.

테라노바는 하원의 500개 의석과 전국 각지의 주지사 및 지방 도시 시장 등 지방 선출직에 도전하는 성적 소수자 가운데 한 명이다. 멕시코 역사상 성적 소수자가 이렇게 많이 출마한 것은 신기록이라고 국립선거관리위원회의 직원 칼라 험프리는 말한다.

험프리 행정관은 “취약자 그룹에 대해서도 열린 공간을 마련해 주기 위한 정책”이라고 설명하며 “그들도 모습을 내보이고, 목소리를 내면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선거 당국은 앞으로 이들 성적 소수자들은 물론, 여성단체, 원주민 단체, 아프리카계 멕시코인(흑인들), 장애인들, 재외 멕시코인 등 그동안 선거에서 차별을 받거나 소외돼왔던 인구집단 출신 출마자들의 선거운동을 관찰하고 보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방의회 후보로 나선 파트리아 히메네스는 1997년 연방 하원의원에 공개적으로 동성애자로 알려진 첫 여성의원으로 당선되었던 활동가다. 그는 올해의 LGBT 후보 대거 출마에 대해 그동안 이들이 거리 시위 등을 통해 끝없이 투쟁해 온 결과로 ‘사회적 진화’가 이뤄진 결과라고 평가했다.

멕시코 경선 연구소의 아나 라밤바리 애널리스트는 설령 LGBT 후보들이 당선되더라도 그 영향력은 크지 않으리라고 분석했다. 이미 지방직 당선을 이뤄낸 사회적 약자인 여성들의 경우 다수의 당선에도 사회를 크게 바꾸지 못했다는 것이다. 멕시코 여성 정치인들은 아직도 중요 정책 결정을 하는 직위에 오르지 못했고, 오랜 정당 문화와 행정 조직상의 문제로 이렇다 할 개혁적 업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가부장 문화의 소수자인 LGBT 의원들 역시 그러하리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일부 진보적 소수정당들은 선관위가 허용한 숫자 이상의 LGBT 후보를 등록하기도 했지만, 멕시코 최대의 기성 정당들은 법으로 정해진 후보 숫자만 가까스로 채운 상황이다. 그러나 출마자들은 적어도 성 소수자들이 정치 활동을 활발히 함으로써 이들이 차별대우와 멸시를 받는 사회적 분위기에 더 나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한국무역신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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